google-site-verification=jqdqSIEd1CQb7C-ESBzyFWB0pnCSu2q9ueGfJu1IA5o 서평)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황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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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서평)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황보름

by starry L 2023. 3. 26.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책과 서점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깊이 있게 펼쳐진다.”(소설가 김금희 심사평) 서울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동네의 후미진 골목길.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은 가정집들 사이에 평범한 동네 서점 하나가 들어선다. 바로 휴남동 서점! 슬픈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처럼 얼굴에 아무런 의욕도 보이지 않는 서점 주인 영주는 처음 몇 달간은 자신이 손님인 듯 일은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책만 읽는다. 그렇게 잃어버린 것들을 하나둘 되찾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소진되고 텅 빈 것만 같았던 내면의 느낌이 서서히 사라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자신이 꽤 건강해졌다는 사실을. 그 순간부터 휴남동 서점은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 된다. 사람이 모이고 감정이 모이고 저마다의 이야기가 모이는 공간으로. 바리스타 민준, 로스팅 업체 대표 지미, 작가 승우, 단골손님 정서, 사는 게 재미없는 고등학생 민철과 그의 엄마 희주 등 크고 작은 상처와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휴남동 서점이라는 공간을 안식처로 삼아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우리가 잃어버린 채 살고 있지만 사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 가득한 책이다. 배려와 친절,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들끼리의 우정과 느슨한 연대,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 등. 출간 즉시 전자책 TOP 10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수많은 독자의 찬사를 받은 소설이 독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마침내 종이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저자
황보름
출판
클레이하우스
출판일
2022.01.17

 
최근 드라마 또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면 인기 있는 작품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자극적'인 소재라는 것이다. <스카이캐슬>을 시작으로 학교폭력, 불륜, 지나친 학구열 등등 그냥 봐도 자극적인 소재를 더욱 극단적으로 전개해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드라마들이 많아진 것 같다. 필자의 경우, <리틀 포레스트> 같은 잔잔하면서 여운이 남는 작품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요즘 드라마를 안 본 지 꽤나 오래된 것 같다. 그래서일까. 자극적인 드라마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이때부터 책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 같다. 
 
소설이란 장르는 대개 기승전결과 갈등이 명확하다. 필자의 경우에도 항상 소설을 읽으면 갈등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어떻게 해결되는지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겼던 것 같다. 그런데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을 때는 갈등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절반이 넘어갈 동안 메인 캐릭터들의 서사 그 자체가 너무 현실적이라 매력적이었고, 각자의 아픔을 가지면서도 휴남동 서점이라는 공간 그 자체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 같아 편안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영화 <리틀포레스트>,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와 굉장히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특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도 책방이 하나의 메인 공간이라 더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물론 내용은 다르지만 앞의 두 작품이 주는 힐링,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끼게 되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실제로 작가님이 영화 <카모메 식당>과 <리틀 포레스트> 같은 분위기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나와있다!)
 
영주, 민준, 민철, 정서, 승우 등등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은 대개 '자신의 삶'을 산다. 남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물론 과거에는 휘둘렸겠지만) 스스로 결정하는 삶! 부럽기도 했고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혼 후 상대에 대한 죄책감과 엄마와의 갈등 때문에 남모를 짐을 지고 살지만 책을 좋아한다는 명목 하에 막연히 연 휴남동 서점의 사장 영주, 좋은 대학에 나와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방황하는 민준, 하고 싶은 것이 없어 엄마의 강요로 인해 휴남동 서점에 다니지만 결국 휴남동 서점에 매료되어 점점 흥미를 느끼게 되는 민철, 계약직 생활로 인해 몸과 마음이 고단할 대로 고단해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잡는 정서,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의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며 새로운 길을 마련하고 있는 승우 등 이 책의 캐릭터를 보면 해야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휴남동 서점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하나씩 깨달아가며 내면의 생각들을 무작정 억누르기보다 인정하고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따르는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그 과정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왠지모를 뿌듯함이 들게 한다. 
 
바쁘고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깐이라도 책을 보며 힐링을 줄 수 있는 단비 같은 책이다. 다음 책으로 뭘 읽을지 모르겠다면 쉬어가는 느낌으로 이 책을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 
 
 

"그 아리·····라는 분은 행복과 행복감을 구분했는데요. 그가 말한 행복은 전 생애에 걸친 성취를 말해요. 화가가 되기로 결정했다면, 평생에 걸쳐 위대한 화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게 위대한 화가가 된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산 게 되는 거예요. 예전엔 이런 생각이 좋았어요. 기분이란 변하기 마련이라서 같은 상황에서도 오늘은 행복했다가 내일은 불행했다가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를 테면 오늘은 모과차를 마셔서 행복했을지라도 내일은 모과차를 아무리 마셔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 이런 행복은 매력적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전 일생에 걸친 성취가 우리의 행복을 좌우한다면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노력하는 건 자신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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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생각이 바뀌었나요? 왜 아리라는 분이 말한 행복이 싫어졌어요?" / "행복하지 않아서요." 영주가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일생동안 공들여 만든 성취, 좋아요. 그런데 아리라는 분의 말이 나중에는 이렇게 이해되더라고요. 그가 말하는 행복이란 마지막 순간을 위해서 긴 인생을 저당 잡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요. 마지막 순간에 한 번 행복해지기 위해 평생 노력만 하면서 불행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요. 이렇게 생각하니까 행복이란 게 참 끔찍해졌어요. 나의 온 생을 단 하나의 성취를 위해 갈아 넣는 것이 너무 허무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이제 행복이 아닌 행복감을 추구하며 살아야지 하고 생각을 바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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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깨달음으로 다가오곤 했다. 오늘도 민준은 이 당연한 깨달음에 약한 전율을 느꼈다.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고민을 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불안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소중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우리는 이 삶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도 알 수 없다. 처음 사는 삶이니 5분 후에 어떤 일을 맞닥뜨리게 될지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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